Page 140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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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다. 국가가 법률을 정해 승가를 통제한다. 말하자
                            면 국가를 운영하는 재가가 주도적으로 불교 내부
                            의 자치적인 계율을 무시하고 강제하는 법을 제정하

                            게 되는 것이다. 일본 고대불교의 경우, ‘승니령’을 내

                            려 민간포교를 금지하기도 했다. 불교가 세력을 얻
                            으면 국가가 위태롭기 때문이다. 오직 국가를 보호
         사진 4.  히라카와 아키라의
              『불교통사』.
                            하는 진호鎭護의 역할을 하게 된다. 실제 동아시아
          에서는 미륵이나 관음을 빗댄 혁명이나 반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한편, 선

          종의 경우, 국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적인 생활을 통해 불교의
          독립을 유지했다. 백장청규는 이러한 선종의 독립 노력이다. 히라카와가 보
          는 교단사의 맥락은 이처럼 불교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안목을 열

          어준다.

           이 외에도 『대승기신론』을 비롯한 대승경전의 주석 및 해석, 법과 연기
          에 대한 연구, 말년의 연구인 이백오십계 연구, 『구사론』 색인 등이 있다.
          일본불교에 대해서는 승려들의 교과서로 쓰인 『팔종강요八宗綱要』 강독 등

          이 있다. 특히 심혈을 기울인 『불교범한대사전』은 한자에서 범어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인도학불교학회의 이사장을 맡으면서 논문 데이터베이
          스를 구축하기도 했다. 죽음을 앞에 놓고도 학문에 대한 연찬은 끊이지
          않았다. 76세 때부터는 ‘천태삼대부天台三大部의 회’를 이끌며, 『마하지관』

          을 강의했다. 의문이 풀릴 때까지 원전을 수없이 반복해서 읽었다. 치밀한

          검증과 논증이 그의 학문적 무기였다. 『중용』 20장에서 “성誠이란 하늘의
          도이며, 성에 이르고자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라고 한다. 히라카와야
          말로 학문적 실천으로 이 성誠의 참된 의미를 우리에게 보여준 인물임에

          틀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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