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5 - 고경 - 2021년 11월호 Vol.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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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이 공용으로 나타난 것을 공자는 ‘인仁’이라고 부르고, ‘근원元’이
                  라고 하며, ‘본성[性]’이라고 부른다. 묵자는 ‘모두 평등하게 사랑하
                  는 것[兼愛]’이라고 부른다. 부처는 ‘성해性海’라고 하고 ‘자비’라고 부

                  른다. 예수는 ‘영혼’이라고 하고, ‘다른 사람을 자기처럼 사랑한다’,

                  ‘원수를 친구같이 본다’라고 한다. 법계가 여기에서 생겨나고, 허공
                  이 여기에서 세워지며, 중생이 여기에서부터 나온다.”



               담사동의 기본 전제는 그곳에서부터 “온갖 법계, 허공계, 중생계”가 나

             오는 ‘에테르[以太]’가 본체, 실체에 해당하고, 그 본체의 공용, 작용이 바로
             유학에서 말하는 ‘인’이라는 것이다. 이 인仁을 묵자의 겸애, 부처의 자비,
             예수의 영혼, 사랑으로 대치해도 좋다고 보아 유학·기독교·불교의 삼교합

             일의 논조를 나타냈다. 이 에테르에 대한 개념은 19C 초 서양과학에서 빛

             의 파동설과 전자기장 이론에 따라 빛과 전자장을 전달하는 매질로 가정
             되었던 개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상은 송명 유학
             자들이 주장한 ‘만물일체의 인仁’ 사상이라는 것이 통설이다.




                보편적, 정치적 평등 이론: ‘통通’


               그런데 이때 인에서 가장 핵심적인 의미는 통하는 것[‘通’]이다. 이 통한

             다는 것이  만인의 보편적인 평등이라는 정치적 견해를 주장하기 위한 중

             요한 철학적 전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다른 사람과 내가 통하는
             것[人我通]의 의미를 불교 경전에서 가져왔다. “인상人相, 아상我相이 없다.”
             는 표현이 바로 그것이다.

               담사동 철학사상은 기본적으로 이 4가지 ‘인仁 - 통通’을 둘러싸고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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