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6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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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2. 박기돈이 쓴 적묵당 현판.
사진 12-1. 박기돈이 쓴 설선당 현판.
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이런 현액의 글씨
를 썼을까? 최완수 선생은 당시 추사선
생이 만허晩虛 화상에게서 차를 얻고 그
보답으로 써 준 것이 아닐까 하고 추론
하였다. 추사선생이 만허화상에게 보내
사진 11. 금당 안의 육조정상탑.
는 ‘희증만허戱贈晩虛’의 시에 보면, 당시
쌍계사 육조탑六祖塔 아래 주석하고 있는 만화화상은 차를 만드는 솜씨가
절묘하고 그 차를 가지고 와서 맛보이는데 용정龍井의 두강頭綱으로도 더
할 수 없고, 절집 곳간에 이러한 무상의 묘미를 가지는 것은 아마도 없을
것이라고 격찬을 하면서 찻종[茶鍾] 한 벌을 만허화상에게 주어 그것으로
육조탑 앞에 차를 공양하도록 했다고 부기하고 있다. 차와 시를 주고받으
며 마음 깊이 간담이 상조했던 두 사람 간의 이런 사정으로 보건대, 차벽
[茶癖]이 심했던 추사선생이 만허화상이 만든 차맛에 완전히 빠진 것 같기
도 하다. 만일 그렇다면 만허화상이 절집의 현판을 요청했을 때 ‘무상묘
미無上妙味’의 그 차맛을 생각했다면 이를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보인
다. 허물없는 사이에 농담 같은 표현을 가미한 추사선생의 시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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