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1년 12월호 Vol.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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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이니 하며 귀신같은 말로 한 세월 다 보내나니
스님에겐 눈을 뜨게 하는 참선만이 귀한 모양이구려.
공부하는 일에 차 만드는 일 또 하나 간여하느니
사람들에게 탑 둘레의 둥근 진리의 빛 마시게 하구려.
涅槃魔說送驢年 只貴於師眼正禪
茶事更兼參學事 勸人人喫塔光圓
기독교에서도 성인이나 유명한 성직자의 유골을 숭배하는 풍조가 생겨
나 카톨릭에서는 트리엔트 공의회(Council of Trient, 1545-1563)에서 루터의
종교개혁을 배척하고 ‘성유물聖遺物 (Holy Relics)’을 모시고 숭배하는 것을
교리로 인정하기에 이르렀다. 유럽의 성당 보물관에서 작은 유리관이나 상
자에 뼛조각을 넣고 금장식으로 화려하게 만든 기물들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는데, 바다의 이쪽이든 저쪽이든 사람들은 어떤 물건을 보아야 감동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모양이다. 차를 마실 것인지 두골 이야기를 계속해
야 할 것인지 어느 것이 실속 있는 일일지 모르겠으나, 차를 얻어 마시고
현판 글씨를 써 올리는 일도 괜찮은 일이겠다 싶다. 붓다나 예수나 그만큼
진리의 말씀을 바로 보라고 했는데 인간들은 뼛조각을 보고 있으니 이 또
한 난감한 일이기는 하다. 아무튼 육조정상탑의 이야기는 이렇다(사진 11).
금당 구역에서 내려와 팔영루를 지나 대웅전大雄殿 앞마당에 들어선다.
붓다가 있는 공간이다. 보물로 지정된 대웅전大雄殿은 조선 후기에 지은 팔
작지붕의 목조 단층건물이다. 기둥이 높아 건물이 크게 느껴진다. 건물의
천장은 우물 ‘정井’ 자 모양의 우물천장으로 장식하였고, 불단 위로는 지붕
모형의 화려한 닫집을 설치하였다.
대웅전을 바라보는 방향에서 왼쪽으로는 적묵당寂默堂이 있고,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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