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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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睡眠, 인식과 감각기관이 몽롱한 상태


               부정심소의 첫 번째 항목은 수면睡眠(middha)이다. 수면은 말 그대로 졸

             음과 같은 상태로 마음을 암매闇昧에 빠지게 하는 작용을 말한다. 암매란

             ‘어렴풋하고 어둡다는 뜻’으로 인식이 명료하지 못하고 흐릿하여 대상을
             분명하게 인지하여 지혜롭게 판단하지 못하는 심리상태를 의미한다.
               수면은 한 글자로 줄여서 ‘면眠’이라 하기도 하고, ‘수면’을 붙여서 한 단

             어처럼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식학에서는 수와 면에 대해 각각의 의미

             를 부여하기도 한다. 즉, ‘수睡’가 의식이 깊이 잠든 상태를 뜻한다면 ‘면眠’
             은 전오식前五識이 캄캄하여 작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수는 인식이 잠에 빠진 것처럼 명료하게 작동하지 않는 ‘암闇’

             의 상태를 말하고, 면이란 안이비실신이라는 다섯 가지 감각기관이 명료

             하게 작동하지 않는 ‘매昧’의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수면은 수행을 방해하는 요소 중에 하나이기 때문에 졸음의 마귀라는 뜻
             에서 ‘수마睡魔’라고 했다. 화두를 들어야 하는 수행자나 공부에 집중해야 하

             는 수험생에게 쏟아지는 졸음은 말할 수 없는 방해요소이기 때문이다. 뿐

             만 아니라 졸음운전을 비롯해 일상생활에서도 졸음의 상태는 큰 사고를 불
             러올 수도 있다. 이렇게 보면 수면은 번뇌심소에 가깝다고 생각할 수도 있
             다. 하지만 졸음은 단지 생리현상일 뿐이지 그것은 선한 것도 아니고, 악한

             것도 아니므로 유식에서는 이를 선도 악도 아닌 부정심소로 구분하고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은 수번뇌심소에 포함된 혼침惛
             沈과 수면이 혼돈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통 수행을 방해하는 두 가지 요소
             를 말할 때 혼침昏沈과 도거掉擧를 든다. 그리고 혼침의 상태에 대해 설명

             할 때는 통상 ‘침을 흘리거나 꾸벅꾸벅 졸면서 의식이 명료하지 못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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