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2년 1월호 Vol. 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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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비로소 후회하기 때문이다[後方追悔故]. 이전에 하지 않은 것을 뉘우
치는 것[悔先不作]도 역시 악작에 포함된다[亦惡所攝].”고 설명하고 있다. 이
상의 내용을 미뤄보면 악작은 후회하는 내용에 있어 선악의 성격이 정해
져 있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즉 과거의 나쁜 행동을 뉘우쳐서 선善으로 가
기도 하지만 반대로 바르게 행동했던 선행善行까지도 후회하면서 자신을
괴롭히는 것이 악작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연말 모임에 가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선행사에 기부금을 내
거나, 타인의 시선 때문에 모임의 밥값을 자신이 혼자 낼 때도 있다. 분명
그것은 좋은 일이기 때문에 후회할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모임이 끝나고 집
에 돌아와서 술이 깨고 나면, 자신이 했던 행동이 분명 선행이었음에도 불
구하고 후회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것이 악작이다. 어쩔 수 없이 바른
선택, 자신이 손해 보는 선택을 했을 때 후회하는 일들이 악작인 셈이다.
이렇게 보면 악작은 과거 잘못을 뉘우쳐서 바르게 고치겠다고 다짐하는
선심소가 아니라 지난 일을 후회하며 스스로 괴롭히는 심리작용을 의미함
을 알 수 있다. 이는 부파불교의 논서에서 설명하는 내용을 살펴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아비달마대비바사론』 에서는 악작에 대해 ‘이미 지은 악행을
후회하는 것’, ‘이미 지은 선행을 후회하는 것’, ‘이미 지은 악행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 ‘이미 지은 선행을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을 후
회하는 것’으로 4가지 유형의 후회를 들고 있다. 선행도 후회하고, 더 철저
하게 악행을 저지르지 못한 것도 후회하는 것을 악작으로 설명하고 있다.
심사尋伺, 대상에 대한 개괄적 인식과 세밀한 이해
부정심소에서 셋째와 넷째는 대상을 인식하는 마음작용과 관련된 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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