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7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P. 127

의 관계를 벗어나 사제지간의 면모로 볼 수 있다. 요컨대 이들 사이의 관
             계는 아암이 입적한 이후에도 지속되어 정약용에게서 유교경전을 중심으
             로 한 여러 학문에 대한 많은 가르침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고래보다 더 큰 생물은 없으리
                  이빨은 설산雪山같고 지느러미는 금성金城같네.
                  코를 들어 숨 내쉬니 바다가 들끓고

                  지느러미 펄떡이매 벼락소리 나누나

                  우주에 가득한 소리, 바다도 놀란 듯
                  산 같은 파도에 땅도 기우는 듯
                  수척한 대장부, 모습 청수한데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수심에 잠기네

                  머리칼 같은 눈썹을 얼레에 감아
                  바람결에 불으니 살갗이 나르네
                  고래 꼬리에 붙어도 얽어매진 않았으나

                  고래는 아이처럼 묶여 끌려오네.

                  용을 사로잡고 호랑이 묶는 것이 비교될 것인가
                  호파瓠巴와 장경長庚에 손색이 없네.”

                                                      (범해각안의 『동사열전』 중에서)



               다산이 아암의 제자 철경을 장하게 여겨 지어준 게송이다. 철경은 아암
             의 의발과 가통家統을 전해 받은 이후 그에게 배우고자 한 학인들이 많았
             다고 한다. 그는 대중들에게 “우리 스승께서는 고래 같은 미혹의 속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비결이 있다. 내가 그 비법을 전수받았으므로 나는 그것



                                                                         125
   122   123   124   125   126   127   128   129   130   131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