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0 - 고경 - 2022년 2월호 Vol. 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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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권), 40권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권1~30) 6종의 경판에 새겨진
함차와 동일하다. 『종경록』이 이들 6종의 경판을 대체할 목적에서 판각된
것이었는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 다만 분사대장도감에서 판
각되었던 만큼 『종경록』의 위상이 컸던 것으로 짐작된다.
성철스님의 저작에 인용된 장서
지금까지 백련암 소장본으로 살펴본 고려시대 재조대장경 판각은 몽고
군의 침략을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극복해 보자는 의지에서 국가적 차원으
로 이루어졌다. 또한 대장경 제작에 재정적 지원을 도맡았던 최우의 안녕
을 기원한 불서 간행과 정안이 경제적 기반을 가지고 있었던 남해 분사대
장도감에서 선서가 판각된 배경도 주목된다. 후대에 재조대장경이 갖는 출
판문화사적 의의와 『종경록』과 『선문염송집』 등의 고려시대 판각 선서가 한
국불교에 미친 영향도 자못 크다.
성철스님의 저서인 『백일법문』과 『선문정로』에도 『종경록』이 중요하게
인용되고 있다. 특히 『선문정로』에는 견성見性과 관련된 문구를 『종경록』에
서 인용한 뒤 그에 대한 평을 싣고 있다. 그리고 성철스님이 100칙의 공안
을 모은 『본지풍광』에서도 『선문염송집』의 내용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
다. 본칙에 대한 여러 선사들의 공안 해설을 모아서 엮는 방식이 『선문염
송집』과 맞닿아 있다.
성철스님은 ‘언어문자인 팔만대장경이 성불成佛하는 노정기인 줄만 분
명히 알면 그것도 꼭 필요한 것’이라며 경전의 가치를 인정하고 교학의 역
할을 평가한 바 있다. 경전이 깨달음 그 자체는 아니지만 깨달음의 세계로
수행자를 인도하고, 마침내 부처를 완성하게 하는 성불의 길라잡이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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