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3월호 Vol.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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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은 일체 배제하고 오직 법만 설하셨다.
“누구든지 홀연히 활연대오豁然大悟하면 대법안大法眼을 얻고 천하 노
화상의 무궁무진한 법문이 자기 살림이 되어 자유자재하리라. 할!”
“부처님께 공양하는 것이 무심도인無心道人에게 공양하는 것만 못
하다. 이런 법문은 본분종사의 눈을 갖춘 이라야 비로소 바로 볼
수가 있다.”
이와 같이 향곡스님께서는 현대 선사로는
드물게 본래성불의 선 법문만 하셨다. 부처
님의 설법은 흔히 방편설이라 하여 달을 가
리키는 손가락, 강을 건너는 뗏목에 비유한
다. 그러나 선禪 법문은 손가락과 방편은 배
제하고 오직 달과 법 그리고 깨달음의 세계
만을 말한다.
이것은 참으로 미묘하고 어려워 불교교
리를 깊이 공부한 이도 알기 어려운 법문이
다. 고우스님도 강원에서 경전과 선어록 공
사진 1. 향곡스님 진영.
부를 하고 갔지만 향곡스님의 선 법문을 알
지 못하여 “부처님에게 공양하는 것보다 도인에게 공양하는 것이 더 낫
다.”는 말씀을 듣고는 ‘노장께서 당신한테 공양 잘하라고 하시는 건가?’ 하
고 오해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뒷날 고우스님도 선에 대한 안목이
서니 향곡스님께서 참으로 고준한 선 법문을 하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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