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2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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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로 최고의 높은 단계인 무색계천도 사무색정을 닦은 과보로 사무색계
천에 태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무색계천은 하늘[天]이라고 보기보다는
실제로 선정을 닦아 얻은 경지를 네 단계로 구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불교의 삼계설은 불교 성립 이전부터 있었던 베다 시대의 천天·공空·
지地라는 삼계의 개념을 채용하여 조직화한 것이다. 이것은 업보설을 구체
적으로 설명하기 위한 필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붓다 시대에도 삼계
를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은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세계로서 이야기한 것
이었다기보다 오히려 정신적인 세계를 의미한 것이었다. 욕계·색계·무
색계라는 것도 인간의 정신상태 중에서, 감각기관의 욕구가 많은 경우를
욕계라고 하고, 초선에서 제사선까지의 선정의 상태를 색계라고 하고, 더
욱 적정한 정신통일의 상태를 무색계라고 말한 것이다.” 3)
또한 출세간이라고 하는 성자의 세계가 삼계 밖에 있다고 하는 것도 성자
의 정신 상태로서의 깨달음의 세계를 지칭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부파불
교에 이르러 삼계를 생물이 존재하는 구체적인 세계라고 인식하게 되었다.
“만일 삼계를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로 보면, 무색계는 물질이 없는
세계라는 뜻인데, 물질이 없는 정신만의 세계라든가 정신만을 가
진 생물이라든가 하는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는가? 구체적인 존
재 현상은 반드시 시간과 공간 가운데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물질
이 없는 세계는 공간적 연장선을 갖지 않는 세계인데, 공간성을 갖
지 않는 존재가 있다고는 생각될 수 없다. 따라서 무색계천과 같은
세계나 생물은 실제로는 존재할 수 없다.” 4)
3) 水野弘元, 『原始佛敎』, p.80
4) 水野弘元, 『原始佛敎』,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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