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4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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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의 나는 환상의 나[幻我]가 아닌 참된 나로서, 무아와 대치되는 개념이 아
니며 오히려 무아의 체득을 통해 획득되는 진아이다. 즉 현상계의 모든 대
상들의 자성청정을 의미한다. 그것이 바로 동아시아불교의 특징인 진여연
기론인 것이다.
장자 ‘성심成心’의 유식불교적 해석
장자의 ‘성심成心’ 개념에 대해 다른 사상가들과 달리 장태염은 대단히
독창적인 해석을 하였다. “성심成心은 종자이다. 종자는 마음에 나타난 장
애의 모습이다. 모든 장애가 바로 궁극의 깨달음이므로, 이 성심을 그대로
따라가면 혼란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태염은 이처럼 성심을 아
라야식에 저장되어 있는 종자로 파악하고 있다.
유식불교에서 모든 과거의 경험은 그냥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인
격 속에 침투되어 자취를 남기며, 잠재적인 힘의 형태로 머물러 있다가 현
재와 미래의 경험에 작용력을 발휘한다. 유식불교에서는 이러한 경험 축
적과 재생의 구조를 아뢰야식이라는 바탕 위에서 설명한다.
그런데 이 인식의 구조에 관한 해명에서 현장 계열의 유상유식과 진제
계열의 무상유식은 다르다. 진제의 무상유식은 깨달음, 또는 불성을 인간
본래의 상태라고 보고, 사고의 중심을 본성의 회복이라는 점에 둔다. 대상
적으로 인식하는 인식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다. 반면
에 현장의 유상유식에서는 현상적인 마음인 식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현
상을 논리적으로 분석해 나감으로써 진실에 도달하고자 한다.
장태염은 나아가 “아뢰야식의 종자는 원형 관념이다.”라고 지극히 근대
적인 해석을 하였다. 대·소승 불교에서는 색법, 무위법 외 24종의 불상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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