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P. 58

범성’이 없는 상태가 ‘평상심’이라는 것이다.


            평상심이 곧 도다




           어떤 사람이 일상생활에서 만약 ‘조작·시비·취사’를 없앤다면 그는 결
          코 이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차들이 맹렬한 속
          도로 달리는 횡단보도의 신호등 앞에서 초록과 빨간 등을 ‘취사’하지 않

          고 건넌다면 과연 생존할 수 있을까? 따라서 마조가 설한 ‘평상심’은 결

          코 일반적인 ‘마음’이 아닌 것이다. 사실상 이러한 마음의 상태는 결국 능
          소能所가 완전히 희석된, 즉 나와 우주법계가 완전히 ‘불이不二’의 상태에
          들어 이극理極에서 극조極照하는 ‘돈오’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고 하겠다.

          또한 ‘돈오’가 이루어진다면 바로 ‘돈수頓修’를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비로

          소 ‘도불용수’가 가능한 것이라고 하겠다.
           이는 『마조어록』의 다음과 같은 문답에서도 나타난다.



              승려가 물었다. “어떠한 것이 수도修道입니까?” 답하였다. “‘도’는

              ‘닦음[修]’에 속하지 않는다. 만약 ‘닦음’을 통하여 얻는다면 그 ‘닦
              음’으로 이룬 것은 또한 무너지기 때문에 바로 성문聲聞과 같을 것
              이다. 만약 ‘불수不修’라면 바로 범부와 같을 것이다. … 만약 상근

              중생上根衆生이라면 홀연히 선지식의 지시指示를 만나 다시 계급階

              級과 지위地位를 거치지 않고서 본성本性을 돈오頓悟할 것이다.”                12)



          12)  江西馬祖道一禪師語錄』(卍續藏69, 2c), “僧問: 如何是脩道? 曰: 道不屬脩. 若言脩得, 脩成還
            『
            壞, 卽同聲聞. 若言不脩, 卽同凡夫. …… 若是上根衆生, 忽爾遇善知識指示, 言下領會, 更不
            歷於階級地位, 頓悟本性.”


          56
   53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