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4 - 고경 - 2022년 4월호 Vol. 108
P. 94
어져 있던 것을 수습하여 이곳으
로 옮겨 놓은 것이고 보면, 억성
사의 사역이 컸지 않았나 하는 생
각도 든다. 1948년 절터에서 연
대가 804년으로 적힌 신라시대의
동종銅鐘이 나오면서 창건연대를
알 수 있게 되었는데, 종의 명문
에 ‘사림沙林’이라는 글자로 보아
사림사沙林寺로 불리기도 한 것으
로 보인다.
억성사의 사역으로 들어가면
사진 4. 선림원지 삼층석탑.
먼저 삼층석탑三層石塔을 【사진 4】
만나는데, 이 석탑은 2단의 기단 위에 3층의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통일신
라시대 석탑이다. 이 탑신의 팔면에는 팔부중상八部衆像이 화려하게 새겨
져 있는데, 자유롭고 화려한 양식에서는 진전사의 삼층석탑을 계승하였지
만 그 수준에서는 진전사의 석탑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이 탑은 진전사의
탑보다는 나중에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그 양식으로 보아 이 석탑은 염거대사가 주석할 때는 없었고 사세가 번
창했던 시절인 홍각선사가 주석할 때 조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상륜부에
는 노반露盤만 남아 있고 나머지는 사라졌다. 이런 양식의 삼층석탑은 왕
경인 경주지역에서 먼저 세워지고 8세기에 양식상의 완성을 본 후 9세기
에 들어 더 자유로운 양식으로 나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되며 조성된 것
이다. 복원하기 전에 기단부에서 소탑 60여 기와 동탁 1개가 발견되었고,
탑 앞에는 안상을 새긴 배례석이 남아 있다.
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