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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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을 받고 안 받고가 문제가 아니라 문제는 어떻게 승려로 하여금 철저한 불
교정신을 갖도록 하느냐는 것입니다. 세상이 아무리 서西로 가더라도, 중이
중다우려면 그쪽으로 영합하기보다 동東으로 가도록 계속 빛을 발해야 합니
다. 그러자면 서울 한복판에선 승려교육이 안 된다고 봐요. 산중에서 철저하
게 수행하는 법을 가르쳐서 다음에 어디를 가더라도 승려 노릇을 제대로 해
세속을 불교화할 수 있도록 해야 올바른 교육이 될 걸로 믿습니다.
이 점이 잘 안 되고 승려가 세속화되면 물에 빠진 사람을 건지려다가 건
지기는 고사하고 같이 익사하는 꼴이 벌어지는 겁니다. 이때 물에 빠지지
않을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그게 바로 순수 불교정신입니다. 순수 불교정
신은 어느 깊이 있는 서양철학이나 종교사상보다 더 깊은 원리와 체계를
담고 있으므로 인식하기만 하면 가능한 겁니다.”
● 그러니까 수행자로서 기틀을 완전히 한 후 외전外典을 배워도 좋다는 말씀
이군요. 사실 최근 서울대 이李 모 교수가 유럽을 다녀왔는데, 서양사상의
몰락을 보는 느낌이었다고 하더군요. 아울러 불교에서 새로운 가치체계를
구하려는 움직임도 상당한 것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아무튼 조선조 때까지 했던 모화慕華는 사대사상이라고 해서 문제가 되
고, 모서慕西는 사대라고 생각지 못하는 사회풍토, 지식풍조가 문제입니다.”
● 초파일이 되면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란 말이 나옵니다. 이
번 불탄일 포스터에도 약간 치졸하게 그리긴 했지만 아기 부처가 한 손은
하늘,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를 의미하고 있는데, 세상에선 이 말
처럼 이기주의를 잘 나타낸 것도 없지 않느냐고 해석하는 것 같습니다.
“아我를 잘 몰라서 그렇습니다. ‘아’는 ‘소아小我’가 아니라 ‘대아大我’를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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