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3 - 고경 - 2022년 5월호 Vol.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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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꼴을 본 큰 아들 마의
             태자麻衣太子는 피눈물을 흘
             리며 금강산으로 들어가 종

             적을 감추었고, 셋째 아들은

             세상을 버리고 화엄사로 들
             어가 범공梵空이라는 이름으
             로  승려가  되었다.  이렇게

             내리막을 달리던 신라의 달

             밤에 눈물 흩뿌리던 최치원
             선생의 지팡이는 어디로 향
             하고  있었나?  그가  해인사

             로 들어갔다는 것이 문헌상

             남아 있는 마지막 흔적이지
             만, 그 이후 고운사孤雲寺로
             갔다든지,  쌍계사雙磎寺로

             갔다든지  하며  구전으로만
                                         사진 6. 홍각선사탑비 후면.
             전해 온다. 마침내는 고운선
             생이 도교의 신선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후대로 내려오면서 망국
             의 슬픔을 안고 살아가던 가슴 아픈 사람들이 남긴 이야기이리라.




                홍각선사와 억성사의 전성기


               현욱대사는 이러한 왕위쟁탈이 벌어지던 신라 하대의 혼란한 시절에 살

             았는데, 840년(문성왕 2)에 왕의 요청으로 혜목산으로 거처를 옮겨 종풍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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