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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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되었다.
경학 전통에서 불교 연구에 가장 뚜렷하게 사
용된 방법이 교감학이다. ‘교감’은 여러 문헌을
대조하여 잘못을 바로잡는다는 의미로 주로 사용
된다. 교감 이외에 ‘교수校讎’라는 용어도 자주 쓰
인다. ‘교수’는 단순히 한 판본만을 갖고 그것의
오류를 수정하는 게 아니라 동일 저작의 상이한
판본을 비교하여 옳고 그름을 확정하는 것을 말
한다.
사진 5. 『무량수경종요』.
금릉각경처 간행 당시 교감에 사용되었던 고려
재조대장경의 우수성을 확인할 수 있는 기록이 곳곳에 있어 주목된다. 양
문회는 1896년에 『성유식론』(사진 4)과 1898년에 『반야등론석』을 간행할 당
시 책에 교감기를 남겼다. 그는 “이들 논서를 중간할 때 송·원·명·고려
의 네 가지 대장경을 서로 대교했는데, 그 중 고려본이 가장 훌륭했으며[此
論以宋元明麗四藏讎校 高麗最善] 많은 부분을 고려대장경본에 따라 개정하였
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1899년에 현수법장이 찬술한 『범망경보살계본
소梵網經菩薩戒本疏』에도 고려대장경이 가장 우수하여 정본으로 삼아야 한
다[梵網戒經 古今各本 增減不同 光緖十年(1884) 依澫益合註本 刊成正文 仍不能釋然於
心 玆從日本傳來賢首戒疏 復依縮本藏經 參校宋元明麗四藏 其中以麗藏爲最善 今多從之
俾與疏意相符也 誦戒者當以此本爲正]고 기록해 두고 있다.
백련암 소장본 중에는 금릉각경처에서 간행한 한국 찬술 문헌도 확인된
다. 1897년(광서 23)에 간행된 최치원崔致遠의 『법장화상전法藏和尙傳』과
1899년에 간행된 『대승기신론』에 대한 원효의 주석을 회편한 『대승기신론
소기회본大乘起信論疏記會本』 6권 2책이 확인되었다. 정확한 간행 시기와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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