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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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에 빠져 있다.” 라고 하여 자
신의 ‘수일’이 『장자』에서 온 것
이 아니라 불법에서 온 것임을
여실하게 밝히고 있다.
이를 계승한 홍인弘忍은 ‘수일
불이’를 ‘수본진심守本眞心’으로
하여 보다 ‘심’을 강조하고 있으
며, 또한 직접적으로 “네가 사찰
에서 좌선坐禪하는 중에 산림의
사진 2. 오조홍인五祖弘忍 선사.
나무 아래에 또한 너의 몸이 있
어 좌선하는가? 모든 흙과 나무와 기와, 돌 등이 또한 능히 좌선하는가?” 3)
라고 ‘무정불성’을 비판하고 있다.
『육조단경』에서는 ‘불성’을 ‘자성自性’으로 설정하고, 나아가 이를 다시 ‘자
심自心’과 ‘세인성世人性’으로 확대하고 있음은 앞에서 논한 바이다. 이러한 ‘자
성’과 ‘자심’에 있어서는 결코 외부의 무정물이 불성으로서 성립할 수 있는 여
지가 없다고 하겠다. 더욱이 『단경』에는 “무정에는 부처의 종자가 없음[無情
無佛種]” 을 명확하게 밝히고 있으며, 홍인선사가 혜능에게 “유정으로 와서
4)
종자를 뿌리면 땅[地]을 인因하여 과果가 다시 생하지만, 무정은 이미 종자
가 없음으로 성품도 없고 생함도 없다.” 라는 게송을 전해 주었다고 하고,
5)
혜능도 “심지心地는 유정의 종자를 함유하여 법의 비가 내리면 바로 꽃처
2) 앞의 책(大正藏85, 1289b), “莊子說: 天地一指, 萬物一焉. 法句經云: 一亦不爲一, 爲欲破諸數. 淺智之
所聞, 謂一以爲一. 故莊子猶滯一也.”
3) 앞의 책(大正藏85, 1290a), “汝正在寺中坐禪時, 山林樹下亦有汝身坐禪不? 一切土木瓦石亦能坐禪不?”
4) 敦煌本, 『壇經』(大正藏48, 344a).
5) 앞의 책(大正藏48, 344b), “有情來下種, 因地果還生. 無情旣無種, 無性亦無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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