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5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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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개념이라고 단정하는 순간 그와 정반대의 논거들이 보이기 때문이다.
종파와 사상의 분기점인 불성론
중국불교에서 ‘불성’은 바로 종파宗派들의 분기점이라고 할 수 있다. 중
국에 불교가 전래된 후 최소한 2백 년이 넘어서 본격적인 ‘불성론’이 제시
되었고, 또한 그 후 백오십 년이 넘는 기간에 걸친 치열한 논쟁을 통해 이
른바 천태종의 ‘성구론性具論’, 화엄종의 ‘성기론性起論’이 형성되었으며, 그
리고 다시 백여 년이 지난 이후에야 비로소 선종의 종전宗典이라고 칭해지
는 『육조단경』으로부터 ‘명심견성明心見性’이라는 불성론이 제시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중국불교의 대표적인 천태와 화엄, 선종의 사상적 차별은 바로
‘불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제시하는가에 있다고 하겠다. 실제로 천태와 화
엄, 선종에서는 모두 ‘자성청정심自性淸淨心’을 채택하여 사용하지만, 이들
에 있어서 결코 ‘심’의 의미가 같다고 할 수 없다. 사용하는 용어가 같다고
동일한 개념이나 사상으로 파악한다면, 그로 인하여 많은 오류들이 발생
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자면, 북종선이나 남종선에서 모두 ‘염불기念不起’, ‘심불기心不起’
라는 동일한 용어를 사용하지만, 북종과 남종의 선사상은 결코 동일한 사
상이 될 수 없으며, 오히려 대립적인 것과 같다. 이와 같이 불성론은 어떤
의미에서 가장 심층적이고 궁극적인 교의敎義 혹은 선리禪理와 깊은 관계
혹은 그 자체自體라고도 할 수 있다고 하겠다. 그런데 조사선에 이르러서
는 선종의 불성론이 급변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간략하
게 고찰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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