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P. 56
불성론의 두 갈래: 유정유성과 무정유성
중국불교에서 ‘불성’에 대한 논의는 불교 전래 초기로부터 진행되어 왔
지만, 본격적인 ‘불성론’은 바로 도생道生의 ‘돈오성불론頓悟成佛論’으로부터
진행되었다고 하겠다. 그 이후에 불성론의 전개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가
장 커다란 줄기는 바로 ‘유정유성有情有性’과 ‘무정유성無情有性’의 두 갈래
라고 할 수 있다. 본래 불교에 있어서는 ‘유정중생有情衆生’의 ‘심心’으로부
터 깨달음을 얻어 성불成佛한다는, 즉 ‘유정’이야말로 불성을 가진 존재라
는 ‘유정유성’이 가장 기본적인 입장이라고 하겠다.
그러나 중국의 전통사상은 그와는 달리 최고의 상위개념을 ‘천天’이나
‘자연自然’으로부터 연역된 ‘도道’로 설정하고, 이른바 ‘천인합일天人合一’이
나 ‘여도합일與道合一’ 등을 제창한다. 이로부터 보자면 인간이 도달해야할
가장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천’과 ‘도’이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의 ‘천리天
理’, ‘도성道性’이 인간의 ‘심’이나 ‘염’보다 더욱 중시된다고 하겠다. 더욱이
중국에서 반야般若에 대한 이해는 바로 반야의 논리로 ‘유도융합’을 제창한
현학玄學과 결합하여 진행되었기 때문에 ‘무정’에게도 ‘불성’이 존재한다는
‘무정유성’의 논리가 중국인들의 사유양식에는 보다 적합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승조僧肇의 『조론肇論』에 보이는 ‘물아동근物我同根’, ‘물아일체物我一
體’, ‘물아위일物我爲一’ 등의 표현은 『장자莊子』의 용어를 인용한 것이지만,
반야사상의 ‘호상관대互相觀對’의 입장에서는 또한 가능한 표현이다. 이는
결국 불교에서 ‘무정유성’의 불성론이 성립하게 된 가장 강력한 근거로 작
용하였다고 하겠다. 이러한 논의는 상당히 다양하고 복잡하여 짧은 글로
논할 수는 없지만, 중국불교에서 ‘유정유성’과 ‘무정유성’은 거의 대등한 가
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