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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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신, 반야와 같다면 여래가 어떤 경전에서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에 수기를 주었는가? 만약 푸른 대나무와 노란 꽃으로
법신, 반야와 동등하게 한다면, 이는 곧 외도外道의 설이다. 무
슨 까닭인가? 『열반경涅槃經』에 불성이 없는 것은 이른바 무정
물無情物이라고 밝힌 글이 있다. 8)
여기에서 이른바 “푸르고 푸른 대나무가 모두 법신이며, 활짝 핀 노란
꽃이 반야 아님이 없음[靑靑翠竹 盡是法身 郁郁黃花 無非般若]”은 바로 삼론종三
論宗에서 ‘무정불성’을 논증하면서 유명해진 문구로서 역대의 수많은 전
적典籍들에서 ‘무정불성’을 언급할 때 항상 인용되는 구절이다. 또한 이 구
절은 바로 남종선이 유행할 때 동시에 유행했던 우두선牛頭禪 계열에서 자
주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사실상 동산법문으로부터 ‘무정불성’을 비
판했던 원인을 바로 우두선의 유행을 견제하려는 의도에서도 찾을 수 있
지 않을까 한다.
또한 『경덕전등록景德傳燈錄』 권28에 실린 마조도일馬祖道一의 제자인 대
주혜해大珠慧海의 전기에서 어떤 승려가 “어떤 까닭으로 푸르고 푸른 대나
무가 모두 다 법신이고, 울창한 노란 꽃이 반야 아님이 없음을 인정하지 않
는가?”라고 묻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법신은 형상이 없는데, 푸른 대나무는 형상으로 이루어졌다. 반야
8) 楊曾文編校, 『神會和尙禪話錄』(中華書局, 1996, pp.86-87), “牛頭山遠禪師問: 佛性遍一切處? 答: 佛性遍
一切有情, 不遍一切無情. 問: 先輩大德皆言道, 靑靑翠竹, 盡是法身, 郁郁黃花, 無非般若. 今禪師何
故言道, 佛性獨通一切有情, 不遍一切無情? 答: 豈將靑靑翠竹同于功德法身? 豈將郁郁黃花等于般若
之智? 若靑竹黃花同于法身般若, 如來于何經中說與靑竹黃花授菩提記? 若是將靑竹黃花同于法身般
若, 此卽外道說也. 何以故? 涅槃經具有明文, 無佛性者, 所謂無情物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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