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5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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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감지금니 『화엄경』 권 제31 변상도. 국보215호 리메이크(세로 20.0cm, 가로 35.7cm).
다길多吉 김경호(국가무형문화재 제141호 사경장 보유자), 그는 우리나라 전통
유산 사경장寫經匠으로 홀로 지난하고 고독한 외길의 시간을 걸어왔다. 그
리고 20m가 넘는 ‘감지금니 일불일자 <화엄경약찬게>’와 ‘감지금니 7층보
탑 <법화경 견보탑품>’이라는 시대의 수작을 완성했다.
그가 사경을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는 없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서
어쩌면 주어진 운명 같은 것이었다. 어려서부터 서예와 그림을 그렸고 불
교집안이다 보니 경전의 글귀 쓰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렇게 불심
은 자연스럽게 생겨났고, 고등학교 때 불교에 심취해 출가도 했다. 부모님
이 그를 찾지 않았다면 지금쯤 선승의 길을 걷고 있을 것이다. 서예는 부
친의 영향을 받아 한문공부와 한글쓰기로 시작되었고, 초등학교 5학년 때
부터 당대唐代 해서의 명필 저수량체와 구양순체를 『서도대자전』 한 권만
으로 배움의 길을 열었다. 묵향은 향긋하고 부드러운 붓선은 놓고 싶지 않
을 만큼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중학생 때부터 배운 사경은 불교의식을 베껴쓰는 의식이다. 이리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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