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5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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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도」야말로 인간의 오욕을 상업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현대사회에 많은 경
             종을 울리는 가르침이기도 하다. 「안수정등도」는 신통력이 뛰어났던 빈두

             로賓頭盧(piṇḍola: 不動의 뜻) 존자尊者에게 설하신 『위우타연왕설법경』 (빈두설
             경賓頭說經이라고도 함)의 비유를 벽화로 표현한 것으로 경의 관련 내용은 다

             음과 같다.


                  “어떤 한 사나이가 있었다. 이 사나이는 훤히 펼쳐진 벌판을 어슬

                  렁어슬렁 태연하게 걷고 있었다. 이때 그 사나이의 뒤에는 험악하

                  게 생긴 코끼리가 달려오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코끼리를 피하기
                  위해서 달아나기 시작했다. 한참 달아나다 보니까 깊은 구덩이가
                  하나 보였다. 사나이는 그 구덩이 속으로 급히 몸을 숨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그 안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다행히 칡넝쿨이 밑으로 드리워져 있었다. 사나이는 칡넝
                  쿨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한참 내려가다 보니까 그 밑바닥에는
                  무서운 독사가 사방에서 입을 벌리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다시 올라가려고 하니까 위에서는 코끼리가 내려다보고 있

                  었고 들판에는 불이 일어나 사방을 휩쓸고 있었다.
                  이 사나이는 밑바닥으로 내려갈 수도 없고 위로 올라갈 수도 없어
                  서 중간에 매달려 있는 형편이었다. 조금 더 있으니 자기가 매달

                  려 있는 그 칡넝쿨을 하얀 쥐 한 마리와 검은 쥐 한 마리가 와서

                  갉아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이 사람은 정말로 큰일이 난 것이
                  다. 위로 올라가자니 사나운 코끼리가 버티고 있고, 밑으로 내려
                  가자니 무서운 독사가 버티고 있고, 그대로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하얀 쥐와 검은 쥐가 나타나 칡넝쿨을 갉아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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