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2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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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운문사 대웅보전 내부에 있는 육조도정도.
고 거처를 마련해 드린 후 황매산에서 『금강경』을 강설한다는 홍인대사를
찾아뵈었다.
홍인대사는 혜능과 문답을 나누어 보고 그의 그릇됨을 알아보고 마음속
으로 대단히 기뻤으나 이를 내색하지 않았다. 스승이 신참 행자를 높이 평
가한다는 것을 주변에서 알게 되면 혹시 혜능의 신변에 해가 생길 것을 염
려했기 때문이다. 이에 홍인대사는 오히려 꾸지람을 하고 혜능에게 후원
으로 가서 방아를 찧도록 했다. 남방 출신으로 체구가 왜소했던 혜능은 힘
이 부족하여 어깨에 무거운 돌을 짊어지고 방아를 찧었고 장작을 패기도
하였다.
어느 날 홍인대사는 제자들을 불러 모아 전법傳法의 시기가 왔음을 알렸
다. 그리고 각자 그동안 공부한 내용을 담아 게송으로 지어 오라고 하였다.
하지만 아무도 선뜻 게송을 지어 올리지 못했다. 오로지 교수사의 신분으
로 스승을 대리하여 동산법문을 지도하고 있던 신수神授 상좌만이 게송을
지어 남쪽 회랑 벽에 아래와 같은 게송을 남몰래 붙여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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