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7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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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안수정등도의 상징
그러면 우리의 인생을 아주 재미있게 비유한 것으로 벽화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빈두설경』의 내용이 어떠한 가르침을 위한 비유
인지를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그 사나이는 바로 우리 자신을 말하는 것이
며, 벌판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말한다. 뒤에 따라오는 코끼리는 무
상하고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을 말하는 것이며, 웅덩이는 생사生死의 험난
함을, 그리고 사방의 독사는 우리의 육신을 이루고 있는 네 요소인 지地·
수水·화火·풍風의 사대를 가리킨다. 매달려 있는 칡넝쿨은 우리의 생명
줄을 상징하며, 흰 쥐와 검은 쥐는 밤과 낮을, 끝으로 꿀벌 다섯 마리가 번
갈아가며 꿀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는 것은 곧 인간의 오욕을 비유한 것
이다. 오욕이란 재물욕, 애욕, 식욕, 명예욕, 수면욕을 말한다.
경전은 이렇게 우리의 인생에 대해서 실감나는 상황을 설정하여 비유적
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 비유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 자
기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간에 지나가는 세월에 밀려서 마침내 죽음을 향
해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경은 설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상황에 실제적으로 처해 있다면 어떻게 해야 코끼리도 물
리치고 독사도 떠나서 완전한 자유를 얻겠느냐는 것을 비유적으로 나타내
고 있다. 이런 문제를 온전히 인식하고 동시에 해결의 길을 가리키는 것이
『빈두설경』의 메시지라고 하겠다. 이와 같이 경전의 참다운 뜻을 이해하고
자각할 때 고뇌와 역경을 떠나서 완전한 기쁨과 감로의 즐거움이 있다는
것을 「안수정등도」 벽화는 이야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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