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6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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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운문사 응진전의 안수정등도 벽화.
시작하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난처한 상황에 내몰리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 어디선가 벌 다섯 마리가 왔다 갔다 하면서 꿀을 한
방울씩 떨어뜨려 주는 것이 아닌가. 이 사나이는 이렇게 위급한 지
경에 있으면서도 그 꿀 한 방울 한 방울에 재미를 붙여 더 많은 꿀
을 떨어뜨려 주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그 꿀을 먹는 데 정신이
팔려있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표현한 것이 「안수정등도」 벽화이다. 운문사 응진전의
벽화(사진 3)는 난감한 상황에 처한 사나이의 모습이 넓은 배경과 함께 표
현되어 있다. 이 외에도 소백산 구인사 벽화도 사실적인 배경 표현이 돋보
이며 경의 내용을 비교적 충실하게 나타내고 있다. 또한 해인사의 벽화도
경의 내용을 명료하게 전달해 준다.
이외에도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많은 벽화들이 경전의 핵심적인 메시
지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위에서 본 경전의 내용을 재음미해 보면 배
경 등에서는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중요한 내용은
잘 전달해 주고는 있으나 좀 더 충실하게 배경을 표현하여 말 그대로 문자
로 기록된 경전을 시각적으로 재현해 내기 위한 정교한 도상의 틀을 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