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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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무얼 그리 걱정만 하나?
한세상 인연 따라 살면 되는 거지
시간은 시냇물처럼 끊임없이 흘러가고
세월은 돌이 부딪쳐 내는 불꽃처럼 짧으니
천지야 변하면 변하는 대로 맡겨 두고
나는 즐겁게 바위 속에 앉아 있네. 5)
인생은 석중화石中火처럼 짧지만 자신은 천지가 변하더라도 개의치 않고
행복하게 바위 속에 앉아 있다고 노래합니다. 그는 모든 걸 내려놓고 세상
일은 천지에 내맡겼기 때문에 행복합니다. 이 내맡김이야말로 삶의 커다
란 비밀 가운데 하나입니다. 모든 걸 내려놓고 내맡길 때 수많은 일들이 저
절로 일어납니다. 여기서 말하는 내맡김이란 자신을 천지에 내맡기는 초
연함이자, 그릇된 분별들이 마음속에서 소멸되어 자아를 내던지는 깨달음
을 의미합니다. 6)
습득은 바위의 중심, 다른 말로 하자면 존재의 중심에서 세상을 관조하
며 살아갑니다. 그는 모든 것을 천지에 내맡겼기 때문에 근심, 걱정이 없
습니다. 한산과 습득은 언제나 웃고 떠들며 흥겹게 춤을 추며 살았다고 하
니 참으로 걸림 없는 삶이었다 하겠습니다. 몽테뉴(1553~1592)는 『수상록』
마지막 장의 맺음말 부근에서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누리는 것이야말로 절대적인 완성이며,
5) 寒山子詩集』, 1229 : “平生何所憂 此世隨緣過 日月如逝川 光陰石中火 任你天地移 我暢巖中坐.”
『
6) 『서양철학과 선』(존 스테프니 외, 1993)에 실린 피터 크리프트의 「하이데거의 『내맡김』에 나타나는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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