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2년 6월호 Vol. 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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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됩니
다. 인간은 죽는다는 사실을
알지 않고서는 진정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존재입니다. 슬
픔 뒤에 기쁨이 숨겨져 있다
고나 할까요, 덧없음의 비
의秘義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
사진 4. 환상적인 암벽 등반.
합니다.
저쪽 암벽에는 등반가들이 암벽에 붙어 있습니다. 동해 바다를 바라보
며 암벽 타기를 하다니, 정말 환상적인 곳입니다. 암벽에 달라붙은 이들이
느끼는 충만감과 손가락으로 쥐는 힘을 우리도 또한 느낄 수 있습니다. 그
렇지만 이제 우리는 암벽 타기를 하고 싶은 마음은 일어나지 않는 나이입
니다. 그저 바위에 매달린 사람들을 기분 좋게 바라보는 것, 그것이 우리
가 하는 일입니다. 혹은 바위 한 귀퉁이에 앉아보거나 바위 사이로 걸어가
기만 해도 우리는 바로 바위의 기운을 받아 안정되고 편안해집니다.
내맡김의 비의秘義
옛날이나 지금이나 대자연을 벗 삼아 자신의 운명을 관조하며 즐겁게 살
아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8세기경, 당나라 시절에 살았을 것으로 추
정되는 한산과 습득은 탈속한 사람들로 300여 편의 시를 남겼습니다. 그
들은 남루한 차림으로 승려들이 먹다 남긴 밥을 얻어먹곤 하면서도 조금
도 비굴한 기색은 없었다고 합니다. 길에서 주워서 길렀다고 전해지는 습
득의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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