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9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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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가득한 소리, 바다도 놀란 듯
                  산 같은 파도에 땅도 기우는 듯
                  수척한 대장부, 모습 청수한데

                  언덕 위에 홀로 서서 수심에 잠기네

                  머리칼 같은 눈썹을 얼레에 감아
                  바람결에 불으니 살갗이 나르네
                  고래 꼬리에 붙어도 얽어매진 않았으나

                  고래는 아이처럼 묶여 끌려오네.

                  용을 사로잡고 호랑이 묶는 것이 비교될 것인가
                  호파瓠巴와 장경長庚에 손색이 없네.

                  (범해 각안, 「철경강사전掣鯨講師傳」, 『동사열전東師列傳』 卷4)



               다산이 아암의 제자 철경을 장하게 여겨 지어준 게송이다. 철경은 아암
             의 의발과 가통家統을 전해 받은 이후 그에게 배우고자 한 학인들이 많았
             다고 한다. 그는 대중들에게 “우리 스승께서는 고래 같은 미혹의 속성을

             바로잡을 수 있는 비결이 있다. 내가 그 비법을 전수 받았으므로 나는 그

             것을 이끌어 올 수 있다.”고 하였다. 대중들은 이때부터 그를 고래를 이끌
             어 되돌아 올 수 있다는 뜻을 가진 ‘철경掣鯨’으로 법호를 불렀다.



                고려 중·후기 불교사정을 담은 자료



               그는 『만덕사지』의 권4와 권6의 교정을 맡았으며, 사지 찬술의 과정에서
             10여 차례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고, 오류를 교정하였다. 학림이청은 권

             1~3까지의 편집을 맡았는데, 다산이 강진 유배 시 그에게 글을 배우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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