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6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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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수 없습니다. 안양루를 지
나면 그 위는 전부 극락정토입
니다. 무량수전은 우리나라에
서 가장 오래된 건물 중 하나로
13세기 초의 건물로 추정하고
사진 2. 부석사 무량수전.
있습니다(사진 2).
무량수전의 겹처마와 공포는 정갈하면서도 아름답습니다. 각 자재가 지
닌 간결함과 전체적 비례는 물론 공포와 주심포의 아름다움이 보는 사람
을 상쾌하게 합니다.
무량수전 왼쪽 뒤편에 몇 개의 바위가 서로 엇비슷하게 쌓여 있습니다. 이
바위가 바로 부석浮石, 즉 떠 있는 바위입니다. 부석사의 유래를 말하는 부석
에는 애틋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져 옵니다.
신라의 의상이 당나라에 공부하러 갔을 때 부유한 집 딸인 선묘가 의상
의 준수한 용모를 보고 사랑에 빠집니다. 의상이 『화엄경』 공부를 마치고
귀국길에 오르자 함께 올 수 없는 선묘는 의상이 무사히 귀국하기를 기원
하며 바다에 투신합니다. 그리고 용이 되어 의상이 탄 배를 보호하여 신라
까지 오게 됩니다. 의상이 부석사 자리에 절을 지으려고 하자 토착세력이
방해합니다. 선묘가 커다란 바위로 변해 떨어질 듯 떨어지지 않고 떠다니
자 방해하던 무리들이 무서워서 달아납니다. 그렇게 해서 의상이 여기에 절
을 세웠다는 것이 부석사의 창건설화입니다. 2)
저 바위 몇 개에 투영된 고대인의 가슴에 아로새겨진 사랑의 힘이 느껴
지나요? 이 애틋한 설화는 『송고승전宋高僧傳』에 실려 있는데 일본에서 이
2) 『宋高僧傳』, 唐新羅國義湘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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