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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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법연에 의해 선적禪的 해석이
                                            더해짐으로써  서사적  긴장감과
                                            함께 깊이와 향기를 얻었습니다.

                                              송나라의  진제형陣提刑 이  벼
                                                                  5)
                                            슬을 그만두고 촉蜀으로 돌아가
                                            는 길에 법연에게 들러 도道를 물
                                            었습니다. 법연이 이렇게 말합니

                                            다(사진 4).

                                              “제형께서는 소년시절에 소염
                                            시小艶詩를  읽어보셨겠지요?  두
                                            구절이 자못 도道에 가깝습니다.

          사진 4. 오조법연五祖法演 선사.                ‘자꾸만 소옥이를 부르지만 원래

                                            소옥에게는 일이 없고 단지 님이
          내 목소리를 알아듣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6)
           이 시는 잘 생긴 남자가 어느 집에 손님으로 왔는데, 그 집 아가씨가 얼

          굴을 내밀기가 불편해서 계속 하녀를 불러댄다는 내용입니다. 사실 그녀

          는 소옥에게는 아무 용무도 없습니다. 그저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기 목소
          리를 들려주고 싶었을 뿐입니다.
           이 일화는 집착을 깨뜨리는 전형적인 사례로서 난해해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합니다. 중요한 것은 ‘마음을 아는 것’입니다. 말뜻에 집착하지 않는다

          면 당장 이 ‘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마음을 아는 것이 바로 부처를



          5) 제형提刑 : 송나라 초기에 있었던 사법, 형벌, 감옥의 일을 담당했던 관직명.
          6)  『五燈會元』, 卷第十九 昭覺克勤禪師條, “會部使者解印還蜀 詣祖問道 祖曰 提刑少年曾讀小艷詩否 有兩
           句頗相近 頻呼小玉元無事 祇要檀郎認得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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