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9 - 고경 - 2022년 7월호 Vol.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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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이고 깨닫는 것입니다. 진제형은 과연 법연의 말을 듣고 ‘마음’을
알았을까요?
(법연의 말을 듣고) 제형이 “예, 예, 그렇지요.” 하자, 법연이 “그렇지만 조
심하십시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 마침 원오(1063~1135)가 밖에서 돌아와
이 이야기를 듣고 스님에게 물었습니다.
“화상和尙께서 소염시를 들어 말씀하셨는데, 제형이 이해했습니까?”
“그는 다만 소리를 알아들었을 뿐이다.”
“스승님은 ‘그저 님이 내 목소리를 알아듣기를 바랄 따름’이라고 말씀하
시지 않았습니까? 이미 그가 목소리를 알아들었다면, 어찌하여 옳지 않다
하십니까?”
(아마도 이 대목에서 법연은 제자의 억양이나 표정을 보고 원오가 거의 깨달았다는 것
을 알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이 다그치는 것입니다.)
법연이 소리쳤습니다.
“달마가 서쪽에서 온 뜻은 뜰 앞의 잣나무냐? 말해 보아라!”
원오가(사진 5) 이 말에 홀연히 깨치고 급히 밖으로 나갔다가 닭이 난간
위로 날아올라 깃을 치며 우는 소리를 듣고, ‘이것이 어찌 소리가 아니
겠는가?’ 하고 다시 혼자 말했습니다. 7)
원오가 깨달음을 얻고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지 않습니까.
다 같은 의미를 지닌 ‘소옥아!’와 ‘잣나무’와 ‘꼬끼오’를 삼각측량하면 원오
의 깨달음을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원오는 그 순간 그릇된 분별에서 벗어
나 참다운 본성을 직접 대면한 것입니다. 그것은 개념이나 논리가 아니라
그냥 환하게 열려진 세계입니다. 원오는 자아自我라는 한계로부터 해방되
7) 五燈會元』, 卷第十九 昭覺克勤禪師條, “祖曰 如何是祖師西來意 庭前柏樹子 師忽有省 遽出 見
『
雞飛上欄干 鼓翅而鳴 復自謂曰 此豈不是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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