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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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다 800년쯤 후에 서양에서도 몽테뉴(1533~1592)가 비슷한 말을 남겼습
니다.
“나는 춤출 때는 춤추고, 잠잘 때는 잠잔다. 아름다운 과수원을 홀
로 거닐 때, 내 생각들이 쓸데없이 헤매기도 하지만 나는 곧 그 생
각들을 산책으로, 과수원으로, 기분 좋은 고독과 나 자신에게로 돌
아오게 한다.”
3)
이 문장은 『수상록』의 마지막 장인 「경험에 대하여」에 나오는 문장인데
어떤 삶이건 주어진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입니다. “나는 춤출 때는 춤추
고 잠잘 때에는 잠잔다.” 이렇게 말하면 아주 단순한 것 같지만, 이것은 쉬
운 일이 아닙니다.
몽테뉴는 자신이 마음속 수다로 헤매고 있음을 깨달을 때마다 ‘지금, 여
기’에 의식적으로 초점을 맞추는 것입니다. ‘의식적인 주의’를 다른 말로 바
꾸면 ‘알아차림mindfulness’입니다. 몽테뉴도 선禪을 수련하는 사람처럼 이
러한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 평생 수행을 했던 것입니다.
작은 암자의 아름다움
이렇게 구도의 길을 생각하며 한 시간쯤 올라가면 구름과 맞닿은 곳에
운부암이 나타납니다. 운부암의 출입문격인 불이문은 작지만 정취가 있는
문이로군요. 으스대지 않아서 보는 사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불이문을
3) 몽테뉴, 『수상록』, 1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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