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5 - 고경 - 2022년 8월호 Vol.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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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다판으로 연출한 미의
             식이 돋보입니다. 오늘의
                     4)
             팽주烹主 는 한승세 원장
             님  부인입니다.  마침  철

             관음을 갖고 오셨기에 우
             리를 위해 흔쾌히 차를 우
                                       사진 6. 보화루의 찻자리.
             렸습니다.  관세음보살을

             모신 원통전을 바라보며 철관음을 마신다니 호사로군요(사진6). 팽주의 미

             소 띤 얼굴과 단정한 자세, 정중한 손놀림이 찻자리를 따뜻하게 합니다.
             팽주가 뽐내지 않고 쓸데없는 과장을 하지 않았으니 그것은 하나의 풍격
             입니다. 보화루 탁 트인 누각에 앉아 차를 마실 수 있었다는 것은 뜻밖의

             행운이었습니다.

               내려오는 길은 올라가는 길과 같은 길이지만 운치는 전혀 다릅니다(사진
             7). 올라갈 때 보지 못했던 것이 내려올 때는 보이기도 합니다. 걷는 것이
             때로는 종교적인 행위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물론 우리 자신을 위해

             서 걷지만 다른 사람을 위하여 걷기도 합니다. 왜 우리는 걸을 때 걷기만 하

             지 못하고 잡념이 많은 걸까요. 흥선유관(755~817)은 이렇게 말해 줍니다.


                도道는 눈앞에 있지만 나[我]가 있으면 못 본다




                  언젠가 한 승려가 흥선유관에게 가르침을 청했다.
                  “대화상, 도는 어디에 있습니까?”




             4) 찻자리에서 차를 우려서 내놓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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