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2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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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이야기는 천불천탑이 몽골 침략기에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13
          세기 고려 고종 연간은 최씨 무신정권이 절정에 달했던 시기이면서 몽골
          의 침략에 시달리던 때였다. 당시 고려 왕실은 매일같이 각종 기도도량을

          열고, 몽골군이 불태워 버린 대장경을 다시 간행하는 등 불교를 중심으로

          혼란스런 민심을 모아 몽골군을 물리쳐 보려고 했다. 고종 25년(1238)에 몽
          골군은 고려인들의 저항의식을 무너뜨리기 위해 신라 이래 호국의 상징인
          황룡사皇龍寺의 구층목탑까지 불질러 버렸는데, 이때 고려 조정에서 황룡

          사를 대신할 인왕도량仁王道場으로 급히 만든 것이 운주사라는 것이다. 석

          탑이나 석불도 이런 와중에 급하게 만들다 보니 이상하게 만들어졌다는 이
          야기다. 근거도 없는 황당한 발상에 운주사가 졸지에 인왕도량으로 되었
          다. 이상한 절에 이상한 이야기만 무성하다. 어차피 아무런 근거가 없으니

          이야기를 만들자면 여러 갈래로 무궁무진하게 풀어갈 수 있으리라. 그렇

          지만 놓치지 말아야 하는 것은 불교는 무엇인가? 불교는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운주사의 석불과 석탑의 배치



           지난 날 운주사에 왔을 때는 다른 절과 달리 사역寺域으로 들어가는 문
          이 없었다. 그냥 골짜기에 들어서면 여기저기 탑들과 석불들이 서 있고

          석물들이 흩어져 있었다. 근래에 와서 일주문一柱門도 새로 세우고, 보제

          루普濟樓, 범종각, 대웅전, 지장전, 미륵전 등과 같은 당우들을 새로 지었
          다(사진 3). 들판에서 골짜기로 들어가면 좌우로 다양한 석불들이 여기저기
          있고, 흩어진 석물들을 모아 정돈해 놓은 것도 눈에 띈다.

           발굴 조사의 결과에 의하면, 원래 금당金堂이 있었던 곳은 현재의 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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