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6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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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천태를 일불승一佛乘으로 하여 정혜쌍수의 방법으로 실천한 것이다. 이것
으로 전체의 사상계를 통일하여 하나로 돌아가고자 했다.”라고 요약했다.
또 천태학에 대해서는 “사상으로서는 반야공관에 기초를 두고, 종파로서
는 삼론종보다 한 걸음 더 나갔다. 천태지의는 체험에 기반하여 공관空觀을
강조했고, 남북조의 불교사상을 통일해 『법화경』을 중심으로 천태학을 전
개했다.”고 설명했다. 이 책은 중국 천태종의 성립과 천태사상의 동아시아
적 전개와 영향을 다루었는데, 당시 척박했던 한국불교학계의 현실에서
『신라불교의 이념과 역사』와 함께 수준 높은 개론서로서 주가를 높였다.
조명기는 태고보우와 보조지눌을 둘러싸고 펼쳐진 한국불교의 종조 논
란에 대해서도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기존의 논의가 선종 내의 종
파적 관점에서 이루어졌음을 비판하고 한국불교의 종조로 원효를 내세웠
다. 중국에서 선교융합을 처음 주창한 종밀과 비교하여 총화불교를 이룩
한 원효의 우월성을 강조했고, 고려의 조계종(지눌)이나 중국의 임제종(보
우)은 모두 지엽적이며 원효의 총화불교야말로 한국불교의 온전한 특성을
담고 있다고 이해했다.
또 비교철학의 관점에서 볼 때도 원효사상은 서양과 동양철학의 장점을
아우르고 있다고 보았다. 원효의 저술은 인식론과 논리학이 발달한 서양
철학처럼 논리가 명확할 뿐 아니라 동양철학 나름의 이치가 그 안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동서양 철학의 정수를 내포한 원효사상의 핵심을
화쟁주의에 근거한 귀일이라고 규정했다. 동아시아 불교의 독창적 사상가
이자 승과 속이 다르지 않은 화쟁의 삶을 몸소 실천한 원효를 한국불교의
건설자이자 완성자라고 높이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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