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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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3호 | 풀어쓴 『선문정로』 8 한 중이 운암雲菴 선사에게 물었
다. “무명은 어떤 것이고 여래의 움직
임 없는 지혜는 어떤 것입니까?” 선
사가 마당을 쓸고 있던 동자를 불렀
망념의 멸진과 다. “동자야!” 동자가 무슨 일인가 해
무생법인 서 고개를 들어 선사를 바라보았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이것이 바로 여
래의 움직임 없는 지혜이다.” 그리고
강경구
는 동자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너의
동의대 중국어학과 교수
불성이냐?” 동자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선사가 말했다. “이것
이 바로 무명이다.”
한 생각이 일어나기
이전과 이후
동자는 선사가 부르자 자동적으로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한 생
각 일어나기 전이지만 명확하게 듣
고 명확하게 반응한 것이다. 거울처
강경구 현재 동의대학교 중국어학과 럼 오는 것을 그대로 비추는 이 자리
교수로 재직 중이며 중앙도서관장을 맡
고 있다. 교수로서 강의와 연구에 최대 가 바로 여래의 땅이고 조사의 뜰이
한 충실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수행자로 다. 그런데 선사가 “어떤 것이 너의
서의 본분사를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다. 불성이냐?”고 묻자 동자는 머리를 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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