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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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화普化스님의 법력
보화普化스님은 반산보적盤山寶積 선사의 제자로 항상 미친 사람같이 거
리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교화하였습니다. 그 당시 그런 기행을 하는 스
님을 이해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으나 오직 임제臨濟스님만이 심중을 알
고 흉허물 없이 잘 지냈습니다.
하루는 진주鎭州의 저자거리에 나와서 만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나에
게 장삼 한 벌을 해달라.” 하며 졸랐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보화스님에
게 장삼을 지어 드렸습니다. 그러나 스님은 “이것은 내가 입을 옷이 아니
다.” 하며 받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이 더욱 이상히 여기며 미친
중이라고 수군댔습니다.
어느 날 임제스님이 그 소문을 듣고는 장삼 대신에 관棺을 하나 보내니,
보화스님이 웃으며 “임제가 내 마음을 안다.” 하고는 그 관을 짊어지고는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내일 동문 밖에서 떠나겠다.” 고 하였습니다.
다음 날 동문 밖에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는데 보화스님은 눈
도 깜짝하지 않고 “오늘 여기서 죽지 않겠다. 내일 서문 밖에서 죽겠다.”
고 하며 관을 메고 떠나 버리니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욕을 하고는 흩어졌
습니다.
다음 날 서문 밖에 또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나 보화스님은 “오늘 여기서
죽지 않고 내일 남문 밖에서 죽겠다.” 고 하며 또 관을 메고 떠나 버리니
사람들의 원성이 자자하였습니다. 다음 날 남문 밖에는 적은 수의 사람들
이 나와 있었는데, 보화스님은 “오늘 여기서 죽지 않고 내일 북문 밖에서
죽겠다.” 고 하며 또 관을 메고 떠나 버리니, 비록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
였지만 미친 중이 거짓말만 하여 사람을 속인다고 삿대질을 하며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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