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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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하면서도 잘 됐다고 축하해 줬다. 하지만, 스님께 의지하던 소년은 눈
물을 흘리며 슬퍼했다. 고우스님도 그 소년이 안쓰러워 그동안 면회온 분
들이 맡기고 한 영치금과 사식 등을 몽땅 주고 나왔다.
이렇게 하여 고우스님은 뜻밖에 보름 동안 감옥에 갇혔다가 여러 사람
들의 도움으로 보름 만에 나오게 되었다. 비록 보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스님은 세속사회의 가장 밑바닥인 감옥살이를 체험하였다. 감옥은 세상살
이가 얼마나 모순인지, 세속의 삶이 왜 괴로움이라 하는지 실감하게 되었
다. 출가 수행자로서는 쉽지 않은 감옥살이 체험으로 고우스님은 가난하
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사회의 모순을 극복하고 인간다운 사
회를 회복하는 데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스님은
법문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생이 본래 부처이고, 사람의 죄와 업도 본래
는 공하다는 불교의 진리를 설하면서 깨달음의 대자유를 강조하게 되었다.
고우스님의 석방과 봉암사 청정 수행도량의 회복
봉암사 총무인 고우스님이 감옥에 갔다가 보름 만에 석방되어 나오자 산
판업자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은 산판을 사사건건 감시 감독하며 사업 추
진에 큰 장애를 안겼던 고우스님을 감옥에 보냈으니 이제 마음대로 산판
을 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되어 석방되어 나오니 충격
이 컸다. 고우스님은 자신이 감옥에 가게 된 것이 산판업자들과 문경시 산
림 공무원들의 농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스님은 감옥에서 나온 뒤 산
판업자들을 만났다. 그러자 산판업자들은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다고 판
단했는지 지금까지 벌여 놓은 산판을 마무리할 시간을 얼마간 주면 다 정
리하고 봉암사를 떠나겠다고 하였다. 고우스님은 봉암사 대중들과 의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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