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1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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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정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우스님은 참선 중에 처음으로 큰 체험을 한다. 당신은
뒷날 이 심원사 깨달음을 ‘공 체험’이라 하였는데, 고우스님께서 직접 남기
신 말씀을 보자.
“하루는 아침에 좌선을 하고 있는데 불현듯 ‘무시이래無始以來 ... ’
하는 구절이 떠오르더니 ‘그 무시이래가 비롯함이 없는 아득한 옛
날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이구나!’ 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
하는 강한 느낌이 왔어요. 엄청나게 환한 느낌이 와서 기분이 너무
좋았지요. 그래서 『서장』을 찾아 살펴보니 그 전에는 이해 안 되던
대목이 화두 빼고는 다 이해가 돼요. 화두도 이젠 시간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때는 아주 좋았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공에서
공을 여의었어야 했는데 ... ”
- 박희승, 『선지식에게 길을 묻다』 은행나무 중.
35세에 고우스님은 심원사에서 공에 대한 체험을 한 것이다. 그동안 강
원에서 불교를 공부하면서 공空에 대하여 이론적으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마음으로 체험하게 되어 확신이 들었다. 마치 다 깨달은 것 같았다. 그때
같이 정진하던 대효스님도 비슷한 체험을 한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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