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9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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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봉암사에 들어와 총무 소임이었지만 주지직을 대리하여 가장 골치
             아팠고, 속을 썩이던 산판 문제가 해결되자 고우스님은 봉암사를 떠나 오
             로지 공부만 해보고 싶어졌다. 당시 봉암사에는 방사가 부족하여 총무 고

             우스님과 교무 법화스님이 한 방을 쓰고 있었다. 법화스님은 어느 날 새벽

             에 일어나 보니 고우스님이 아무런 말도 없이 홀연히 바랑을 챙겨 떠난 것
             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봉암사에 들어가 산판 문제를 해결하고 도량을 안정시

             킨 고우스님은 1971년 문경 농암 도장산 심원사로 갔다. 심원사深源寺는 이

             름 그대로 깊은 산속 암자와 같은 작은 절이다. 심원사는 문경과 상주의 경
             계인 도장산에 있다. 도장산道藏山은 백두대간의 소백산 자락에 있는 높이
             828미터의 명산이다.

               이중환의 『택리지擇理志』에는 “청화산과 속리산 사이에 경치 좋고 사람

             살기 그만인 복지가 있다.”는 기록이 있는데 바로 여기를 말한다. 도장산
             높은 곳에 심원사가 있다. 신라 태종무열왕 때 원효대사가 창건하였는데,
             당시에는 도장암이라 하였다. 천년 고찰의 심원사는 고우스님이 갔을 때

             는 법당과 요사채만 있는 작은 암자였다. 심원사는 지금도 차가 닿지 않아

             험한 산길을 걸어 올라가야 한다. 심원사가 있는 도장산은 쌍룡계곡을 사
             이에 두고 건너편에 청화산 원적사가 있다. 원적사는 고우스님이 따르던
             서암스님이 주석하는 도량이다. 그 무렵 혜국스님도 원적사에서 정진했는

             데, 한번은 심원사에 가니 고우스님께서 식량을 마련하려고 벌을 키우며

             정진하고 있었다.
               심원사에서 고우스님이 정진하자 범어사의 지유스님과 대효스님도

             와서 함께 정진하게 되었다(무비스님께서는 당신도 심원사에서 함께 정진했다
             고 하셨다). 고우스님의 회고에 따르면, 두 분이 큰방을 쓰고 작은 방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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