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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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碗)를 들어올렸다.    8)


               이미 ‘무정물’에도 도가 있음이니, 그 무정물에 입각한다면 참다운 도

             를 얻을 수 있다는 논리가 성립되어 ‘즉상즉진’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또

             한 ‘도’가 똥이나 오줌에 있다는 말에서부터 점차 ‘불성’을 폄하하는 문구들
             이 나타나는데, 다음과 같다.



                  십지十地보살의 만심滿心은 마치 손님을 아이 대하는 듯이 하고, 등

                  각等覺, 묘각妙覺은 칼과 고랑을 찬 작자들이며, 나한羅漢, 벽지辟
                  支는 칙간의 똥과 같고, 보리菩提, 열반涅槃은 나무에 매달린 풍뎅이
                  와 같다.
                         9)
                  문: 무엇이 부처입니까? 답: 전각殿閣 속에 있다. 문: 전각 속에 있

                  는 것은 흙으로 빚은 상像이 아닙니까? 답: 그렇다. 문: 무엇이 부
                  처입니까? 답: 전각 속에 있다.       10)
                  운문선사에게 어떤 승려가 묻기를, “무엇이 부처입니까?”라고 하

                  자, 운문선사는 “마른 똥 막대[乾屎橛]”라고 하였다.           11)

                  여기에는 조사도 없고 부처도 없으며, 달마達磨는 늙은 누린내 나
                  는 오랑캐[老臊胡]이고, 석가釋迦는 마른 똥 막대이며, 문수文殊와 보




             8)  [南唐]靜筠, 『祖堂集』 卷8(補遺編25, 457b), “問: 於相何眞? 師云: 卽相卽眞. 僧曰: 當示何者? 師
                便提起碗子.” 이는 『景德傳燈錄』 卷17(大正藏51, 336a)에 “問: 於相何眞? 師曰: 卽相卽眞. 曰: 當
                何顯示? 師提起托子.”라고 실려 있다.
             9)  [唐]慧然集, 『鎭州臨濟慧照禪師語錄』(大正藏47, 497c), “十地滿心猶如客作兒, 等妙二覺擔伽鎖漢,
                羅漢辟支, 猶如厠穢, 菩提涅槃如繫蠦橛.”
             10)  [宋]道原, 『景德傳燈錄』 卷10(大正藏51, 277c), “問: 如何是佛? 師曰: 殿裏底. 曰: 殿裏者豈不是
                泥龕塑像? 師曰: 是. 曰: 如何是佛? 師曰: 殿裏底.”
             11) [宋]宗紹編, 『禪宗無門關』(大正藏48, 295c), “雲門因僧問: 如何是佛? 門云: 乾屎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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