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5 - 고경 - 2022년 9월호 Vol. 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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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활짝 뒤집어진 나리꽃의 신비. 사진 6. 신비주의적인 그림과 시를
쓴 윌리엄 블레이크.
시구詩句 사이에 중중무진한 『화엄경』의 세계가 펼쳐져 있습니다. 윌리
엄 블레이크가 신화적 상상력으로 쓴 시에 의해 『화엄경』은 서양인의 시각
을 한 겹 더하고 보편성을 하나 더 보태었습니다. 이것은 세월을 뛰어넘고
동서양을 뛰어넘은 아름다운 만남입니다. 이와 같은 언설言說이 축적된다
면 『화엄경』의 세계는 빛을 더하고 동서양이 함께 공유 가능한 세계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인간의 삶에서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상상인지 결정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인간의 경험에서 가장 강력한 성취감은 미적인 경험에서 옵니다. 우리
가 자연이라고 부르는 것, 즉 이 세계는 베일에 불과한 것으로 표면만 보
여줍니다. 이 세계의 완전한 의미는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 즉 저 세상에
있습니다. 블레이크는 그 보이지 않는 세계를 찰칵, 소리가 나게 보여줍
니다.
『화엄경』과 지눌과 블레이크 사이로 수천 년의 바람이 지나가고 매미 소
리가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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