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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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상 보시로 한국 선불교의 정신을 잇다
성철스님에게 불서를 증여한 김
병룡 거사에 대해서는 성철스님을
시봉한 원택스님의 회고록에서 먼
저 만날 수 있었다. “김병룡 거사
는 원래 충주에 살던 천석꾼으로
불교에 심취했던 부친으로부터 물
려받은 불서뿐만 아니라 자신이
모은 불서까지 대장경과 중국에서
발간한 선어록 등 3천여 권을 가
지고 있었다. 많은 불서를 소장하
고 경전과 어록에까지 밝은 김병
룡 거사를 그와 친척이었던 문경
사진 4. 『원각경언해』 시주질.
대승사의 주지인 낙순스님이 청담
스님에게 한번 만나보기를 청했고, 이 말을 성철스님에게 전했다. 성철스
님은 김병룡 거사를 만나러 서울로 가셨고, 불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
눴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만나 법담을 나누게 되면서 김병룡 거사는 마침
내 성철스님에게 불서를 기증하게 되었다.”고 전하고 있다.
1948년 9월에 공식적으로 증여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성철스님이 김병
룡 거사에게 증여받아 책의 목록을 먼저 정리해 둔 『수다라총목록』이라는
노트에 김병룡 거사에 대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었다. 그의 법명이 호은湖
隱이며, 성철스님이 봉암사에 주석하셨던 1947년 음력 8월 이전에 1,773
책을 기증했었다(사진 5). 이후 9년이 지난 1956년에 44종 136책을 추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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