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7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P. 47
공 체험, 해오解悟인가? 돈오頓悟인가?
출가하여 불교를 공부한 지 10년 만에 심원사에서 좌선 중에 공을 체험
한 고우스님은 당시에는 그것을 깨달음, 즉 견성見性으로 알았다. 워낙 성
격이 내성적이고 은둔적이어서 당신의 체험을 누구에게 이야기하고 공부
를 점검 받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당시 제방 선원에서는 돈오점수頓悟漸修 공부가 대세였다. 돈오점수란
고려시대 보조普照(1158∼1210)국사가 『수심결修心訣』에서 주장한 깨달음을
향한 독특한 수행관이다. 돈오頓悟, 단박에 깨치더라도 전생의 미세한 망
상과 습기는 완전히 없앨 수 없으니 점점 닦아[漸修]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돈오에 대한 점수적 해석은 마조스님의 상수제자 대주스님의 『돈오입도요
문론』에서 “돈오란, 단박에 번뇌망상을 없애어 더 얻을 것이 없다는 것을
사진 3. 금봉암에서 수련 온 불자들과 함께 한 고우스님.
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