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고경 - 2022년 10월호 Vol. 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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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치는 것이다.”는 정의와 다른 것이다.
           깨달음에 대한 이 독특한 주장은 실은 선종의 5조 홍인대사의 회상에서
          6조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두고 행자 혜능과 법전을 겨룬 교수사 신수의

          게송과 같은 견해이다. 신수대사의 “깨치려면 티끌 먼지를 부지런히 떨고

          닦아야 한다.”는 주장처럼 돈오점수관도 깨쳤더라도 번뇌망상을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보조국사의 『수심경』 이래로 이 돈오
          점수관이 깨달음의 길로 자리 잡아 불교의 경전과 선어록을 모두 이런 안

          목으로 해설하고 공부하고 닦아 가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1967년 성철스님은 해인총림 동안거 『백일법문百日法門』에서 이
          보조국사의 돈오점수관을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선문禪門의 바른 안목은 ‘돈
          오돈수頓悟頓修’라는 것을 역설하였으니 일대 파란이 일어났다. 그동안 고려

          시대 보조국사의 돈오점수설을 1천년 가까이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는데 성

          철스님이 이런 주장을 했으니 실로 파격이었다. 하지만 당시 선원뿐만 아
          니라 교문에서도 성철스님보다 보조국사를 높이 받들었으니 당연히 성철
          스님의 돈오돈수 입장은 배격되었고, 성철스님의 엉뚱한 주장으로 치부되

          었다.

           고우스님은 성철스님이 『백일법문』을 설한 1967년 동안거에서 직접 듣
          지 못한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한 이유도 성철스님의 돈오돈수설을 직접 들
          었더라면 공부에 대한 정견을 좀 더 일찍 세울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안타까

          움 때문이었다.

           이런 배경에서 고우스님은 깨달음에 대하여 돈오점수설을 신봉하던 터
          라 당신도 심원사 공 체험을 돈오한 것으로 알았고, 이제 깨달았으니 전생
          이래 미세망상은 점차 없애 가면 되리라 믿었던 것이다. 또한 평소 존경하

          고 따랐던 서암스님이나 지유스님도 보조국사의 『수심결』을 공부의 지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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