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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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절 서양으로 눈을 돌려보면, 1532년에 마키아벨리(Niccolo Machiavelli,
          1469~1527)가 『군주론君主論(The Prince)』을 펴냈고, 1543년에 코페르니쿠스
          (Nicolaus Copernicus, 1473~1543)는 지동설地動說(heliocentric theory)을 제창하

          였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평평하다는 ‘천원지방天圓地方’이라는 관념은 이

          제 황당한 것으로 되었다. 달에 토끼가 사는 것도 아니고, 하늘에 무엇이 있
          어 하늘과 사람이 서로 감응하는 ‘천인감응天人感應’이니 하는 말도 허황된
          것임이 드러났다. 이제 우주를 눈으로 직접 관찰하고 확인할 일만 남았다.

           이미 1492년에 콜럼버스(Christopher Columbus, 1451~1506)가 신대륙을 발

          견하면서 ‘대항해시대(Age of Exploration)’가 시작되고 유럽의 각 나라들은
          세계 재패의 경쟁에 뛰어들어 세계의 바다에는 풍랑이 거칠게 일고 있었
          다.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데 조선에서는 보우화상을 때려죽인 이후에

          벌어지는 다음과 같은 장면을 보게 된다.



            의승병으로 활약한 승과 출신 승려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 불과 30년도 채 되지 않아 임진왜란이 일어나고 상

          황이 화급해지자 선조宣祖(1567~1608)는 묘향산妙香山 보현사普賢寺에 주석하
          고 있는 서산대사에게 나라를 구할 것을 부탁하고 팔도십육종선교도총섭八
          道十六宗禪敎都摠攝에 임명하였다. 서산대사가 전국에 통문을 내리자 드디어

          전국의 승병들이 분연히 떨쳐 일어나 왜군과 싸우는 전쟁의 길에 나서게 되

          었다. 그의 제자인 처영處英(?~?)대사가 의승장義僧將으로 이끄는 승병은 권
          율權慄(1537~1599) 장군과 공동 작전을 수행하여 많은 전공을 세웠고, 전쟁
          이전에는 봉은사의 주지도 사양하고 서산대사 문하에서 수행했던 사명대

          사四溟大師 유정惟政(1544~1610)화상도 임진왜란에서 의승도대장義僧都大將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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