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5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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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경에 대해 스님만한 경륜을 지
닌 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잘
짚으신 거지요.
녹원스님이 날 지목하고 오라고
전화가 왔어요. 나는 “왜 그러십니
까?” 하니까, 대답 들을 거 없이 빨
리 오라고 해서 갔습니다. 가니까
역경원장 임명장을 줘요. 나는 날
벼락이었지요. “내가 역경원장을
어떻게 합니까?” 하니까 “잔소리 사진 6. 월운스님을 동국역경원 원장으로 임명한
녹원스님.
말고 역경원장 하라.”고 그러시더
군요. 정부에서 돈을 준다는데 이 때 일을 해야 한다는 거였지요. 녹원스
님은 “월운스님이 운허스님 모시는 것 하며 나도 보는 게 있다.”고 하시더
군요. 하여튼 나도 사양을 했는데 전혀 받아들이지를 않았어요. 내가 역경
원장을 하고 싶어 한 건 아니었지요.
나는 임명장을 받고서 역경 상황을 파악했어요. 그동안 역경원이 출발
할 때 내가 그 과정을 압니다. 처음 슬로건이 “합천 해인사의 <고려대장경
>을 번역한다.” 그랬거든요. 그건 왜 그러냐면 대장경이 참 많아요. <고려
대장경>, <거란장경>, <중국장경>, <속장경>, <척사장경> 그걸 다 하려면
끝이 없으니까 <고려대장경>을 딱 못 박아서 “번역하라.” 그러니까 사람들
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어요. “정화하고서 절이나 뺏으려고 하더니 지각 있
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된 거지요.
역경원장이셨던 우리 스님(운허스님)께서 돌아가시고 원장 자리가 공석
으로 그냥 있었어요. 물론 그 사이에 2대 원장에 영암스님, 3대 원장에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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