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4 - 고경 - 2022년 11월호 Vol. 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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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었다는 뜻이다. 소는 나의 외부 어디인가에 있는 것이 아니다. 소는 자
신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핵심이었다. 나 자신의 내부로 들어가는 것,
그것이 곧 소를 찾는 길이었다.
그러면 앞의 ‘채찍’이라는 말의 뜻이 이해될 것이다. 보통은 채찍을 휘두
른다면 폭력이 연상된다. 그러나 불교에서 말하는 채찍은 억압의 상징이
나 폭력적인 것이 아니다. 그 채찍은 일체를 관觀한다는, 그저 깨어난다는
뜻이다.
벽화로 표현되는 ‘득우’는 그 배경이 다양하게 그려지지만 동자가 소를
묶어 붙드는 모습에 있어서 표현상의 차이는 거의 없다. 송광사 승보전 벽
화의 득우(사진 1)는 역동적 자세의 동자가 막 소를 붙잡는 모습이 실감나
게 표현되어 있다. 그리고 소나무를 배경으로 아스라이 사라지는 산수가
그려져 있다. 이와 같은 표현은 곧 소가 발견된 환희로 가득 차 출렁이고
있음을, 어디에도 참 존재는 숨어 있던 것이 아니었음을 나타내 주고 있다.
목우牧牛, 소를 기르다
목우는 심우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소를 길들이고 그것을 타고 가
되 걸림이 없게 되는 이것은 정신적 편력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인 것이다.
그래서 다섯 번째인 목우도는 깨달음 뒤에 오는 방심을 더욱 조심해야 함
을 비유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섯 번째 목우에 이르러 사실상 수행의 기
본 목적은 달성이 된 것이고, 그 이후 제10 입전수수入廛垂手까지는 목우의
자연적인 공용이라고 볼 수 있다.
고려의 목우자 지눌知訥 스님은 「수심결修心訣」에서 이렇게 자세히 이르
고 있다. “깨달음을 얻은 후 모름지기 조찰照察(지혜로 비추어 자신을 살펴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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