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1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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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하는가? 붓다의 가르침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욕망의 주
체인 인간이 욕심을 끊어 버리고 서로 다투지 않으면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기도 하지만, 헌법학이 붓다의 가르침에 의존하는 것은 그 사명을
포기하는 것 같다. 이 문제는 철저히 현실적으로 해결하는 방책을 찾아야
한다.
판전의 불사에는 철종哲宗(1849〜1863)과 철인왕후哲仁王后(1837〜1878), 대
왕대비 순원왕후純元王后(1789〜1857), 왕대비 신정왕후神貞王后(1809〜1890)
등 왕실과 신료들, 상궁들, 많은 비구, 비구니 스님들도 적극 참여하여 재
원 조성에 힘을 보탰다. 판전 공사의 도편수都片手는 유명한 침계민열枕溪
敏悅 화상이 맡았고, 부편수 이하 장인들은 민간인들이었다. 승려가 불화佛
畫, 불구佛具, 불우佛宇 등에서 장인의 특기를 가지는 것을 고려시대 이래
수행의 하나로 여겨 왔는데, 민열화상이 그 시대에 도편수로 국내 여러 사
찰의 전각들을 지으며 활약한 것도 이런 역사적 배경을 지니고 있다.
당시에 판각한 경은 방대한 『화엄경』 전부가 아니라 『대방광불화엄경소
초大方廣佛華嚴經疏抄』, 『불설아미타경佛說阿彌陀經』, 『대방광불화엄경보현행
원품소大方廣佛華嚴經普賢行願品疏』, 『육조법보단경六祖法寶壇經』, 『금강반야
바라밀경金剛般若波羅密經』, 『심경心經』, 『불설천수천안관세음보살광대원만
무애대비심다라니경佛說千手千眼觀世音菩薩廣大圓滿無碍大悲心陀羅尼經』, 『초발
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 등이었다. 조선시대 목판 1장을 만드는 비용이 오늘
날 금액으로 400만 원 정도였으니 이런 정도의 판각 불사도 엄청난 비용
이 드는 대형 프로젝트였다.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인출하여 공부하면 안
되었는지 궁금하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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