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고경 - 2022년 12월호 Vol. 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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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아가기를 촉구하는 말이다. 스스로 성취한 차원을 내려놓고 새로 공
          부에 나아갈 때 차별상에 대한 통찰[假觀]이 일어난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
          성이라는 같음과 차별상이라는 다름에 대한 집중과 통찰이 통일적으로 일

          어나는 중도의 관조[中道觀]에 이르게 된다. 삼제원융三諦圓融, 일심삼관一心

          三觀의 도리이다.
           이것은 또한 죽음에서 다시 죽어 진정으로 되살아나는 사중득활의 풍경
          이기도 하다. 사중득활은 설법자에 따라 크게 죽어 크게 살기[大死大活], 영

          원히 죽어 영원히 살기[常死常活], 완전히 죽어 완전히 살기[全死全活] 등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 핵심은 일념불생의 무심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거기
          에서 다시 나아가는 진실한 공의 실천에 있다. 그리하여 같음과 다름을 통
          일적으로 보는 중도의 관조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여기에서 깨달음의 현장에 통용되는 공식을 제시하고자 한

          다. 바른 수행자는 분별을 쉼으로써 무심에 이르게 된다. 그렇지만 그것이
          죽음인 줄 알아야 한다. 그리하여 무심의 고요함에 안주하지 않고 그것이
          병통인 줄 알아 새로운 공부에 들어가야 한다. 그것은 죽은 자리에서 다시

          죽는 일과 같다. 그렇게 오로지 화두를 들어 숙면일여의 삼매를 투과할 때

          비로소 완전히 되살아나는 견성이 구현된다. 다만 수행의 과정을 말로 표
          현하자니 이것이 순차적으로 보이지만 그 완성형은 동시적 실천이다. 그
          래서 죽음 가운데[死中]에서 살아난다[得活]고 표현한 것이다.

           성철선의 이 공식은 자기만족 없는 나아감을 원칙으로 삼는다. 사실 ‘죽

          은 사람을 다시 죽인다’는 이 살벌한 공식은 반야에서 말하는 공공[空空]의
          도리에 대한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이 도리에 의하면 자아와 대상을 포함
          한 모든 것이 공하다. 나아가 그 공하다는 표현과 공하다는 견해 역시 공

          하다. 수행을 통해 모든 것의 공성을 확인하는 뛰어난 체험을 했다고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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